이상민



중학교 때부터 응원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10년이 넘도록 응원하고 있는 농구 선수 이상민. 프로 농구가 없고 아직 농구 대잔치가 있을 시절이니까 정말 까마득한 옛날부터 난 이 사람의 팬이었다. 열정적인 팬도 아니고, 경기마다 챙겨보는 팬도 아니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나에게 제일 좋아하는 운동 선수는 누구? 라고 묻는다면 대답할 사람은 돌아볼 것도 없이 바로 이상민이다.

팬이 된 계기는 이제 기억도 안난다. 연대가 현대와 붙었던 농구대잔치 경기. 아직 우지원이 연대에 입학 하기도 전이었던 그 해 겨울의 농구대잔치에서 이상민은 현대 선수와 부딪혀서 들것에 실려나갔다. 아마 그 경기부터 일거다. 그 뒤로 꼬박꼬박 연대 경기를 챙겨봤고 이상민을 응원했고 여기까지 왔으니까.

참 생각해보면 이 사람 팬질하면서도 서럽고 힘든 거 많았다. 내가 팬이 됐던 그해부터 시작해서 일 년에 한 번씩 부상당해 실려가는 게 예사였다. 4학년 때 졸업하면서 정말 치를 떨게 싫어했던 현대 입단한다는 소식 듣고도 뒷목 잡고 쓰러졌고, 현대 들어가서도 어찌나 부상에 시달리던지...ㅜ_ㅜ 그래 이건 그렇다고 치자. 내가 이상민 팬질하면서 제일 괴롭고 힘들었던 건 '얼굴 때문에 실력은 보지도 않고 좋아한다'라는 비아냥거림이었다. 농구를 보면 허재를 기본으로 깔고, 강동희로 탑쌓는 게 당연하다고 믿는 애들이 어찌나 많았는지.... 그러면서 나에게 팀을 좋아하려면 현주업과 양희승이 있는 고대가 낫다고 하던 개소리도 들었고. (현주엽이나 양희승이 못났다는 소리가 아니라 그 주장을 하던 논리가 정말 개소리였다는 의미임) 뭐 그래도 나름 꿋꿋하게 잘버텨왔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지난 시즌까지는.

정말이지 악몽 같아서 잊혀지지도 않는 지난 비시즌. 삼성 가겠다는 거 대학교 졸업할 때 붙잡아 앉혀놓고!!!! 몸이 부서져라 매해 우승후보까지 가게 했던 선수를 물로 봐도 유분수지. 내가 허재 은퇴하고 KCC 코치로 간다고 했을 때 거품 물면서 절대로 안된다고 (혼자서) 길길이 날뛰었는데 언젠가 그짝 날 줄 알았던 거지. 둘이 상극도 좀 상극이라야 뭘 해먹는 거지. 감독 했던 첫시즌에 6위인가 했지? 만년 우승후보였던 KCC 그 선수들을 데리고!!!! 그 선수들 중심에 있는 게 이상민이었는데 이제 나이들고 쓸모 없다고 버리는 것처럼 꼭 팀을 이적하게 만들어야 속이 시원했냐, 이것들아...T_T_T_T_T_T 진짜 욕밖에 안나오는데, 이상민 그 성격에 잠적했다는 기사까지 나왔을 때는 정말 이 사람 이대로 은퇴하는 건 아닌가 걱정까지 했다. 너무 너무 걱정스러워서 그때 드나들던 네이버 카페에 분노에 차 글을 남겼는데 어떤 인간이 '팀의 이익을 고려해 보면 제일 나이가 많은 이상민이 어쩌고~' 요딴 식으로 댓글 달아서 있는대로 뚜껑이 열렸었다. 말투가 딱 '얼굴 보고 스포츠 좋아하는 여자들이 진정한 팀 정신이 뭔줄 알아?' 이거였다. 씨발, 뭐 어쩌라고. 우리 상민 오빠는 얼굴도 잘나고 실력도 잘났어. T_T_T 새파란 것들하고 비교가 되는 줄 알아? T_T_T_T_T 대학 졸업 이후 상무에서 뛴 몇 년을 제외하고는 이적도 안하고 은퇴 직전의 나이까지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한 선수를 영구 결번 시켜서 은퇴식 해줘도 모자랄 마당에 그딴 식으로 내쫓았던 건 정말 이상민 팬질 역사의 최악의 사건이었다.

축구장은 많이 가보기라도 했지. 농구장은 두 번 밖에 못가봤고, 거기서 오빠가 뛰는 거 딱 한 번 밖에 못봤는데 이대로 가면 내가 너무 억울했다. 치사하고 드럽고 그랬는데 내 욕심에 삼성으로 모양새 안좋게 옮기는 거지만 옮겨서 조금만 더 현역으로 뛰어서 내가 보러가게 해주세요... 라고 바랐었다. 농구 끊고는 못 살 사람이라는 거 아니까. 아니나달라 연락 두절에 어쩌고 하더니 삼성 입단하는 날 나타난 그 표정은 정말 최악에 최악. 유니폼 받고서도 화장실 들어가서 한동안 나오지도 않았다는 말에 KCC에게 다시금 분노도 느꼈다. 재수없는 것들 홀랑 망해라!!! 올 시즌 꼴찌해라!!!! 이러고 유치한 저주도 퍼부었다.

젠장 이거 쓰는데 왜 눈물나...T_T 쓰면서 보니까 정말 지난 시즌 오프 기간은 이상민 팬들에게는 눈물의 역사였네. 삼성에서 훈련하면서 KCC에서는 찾아내지 못했던 부상 부위도 찾아냈고 열심히 재활 치료도 받는다는 말에 진짜 고마웠다. 안그래도 부상 몸에 달고사는 사람인데 역시 시설좋고 재정 빵빵한데 가면 뭐가 다르긴 다르구나. 내가 진짜 이렇게 구단 프런트며 소유주에게 감사한 건 또 처음이네. 내가 오빠 팬질은 편할 줄 알았다고. 마지막에 KCC가 뒤통수 치지만 않았어도 그렇게 됐을거야. 아직도 얼굴 가지고 농구한다고 까대던 것들 다 꺼져버려. 아시안 게임에서 우승한 거 새파랗게 어린 것들 때문 아니었거든.


오빠, 건강하게 오래오래 농구하세요. 조금만 더 현역으로 코트에 있어 주세요. 경기 끝나고 웃는 거 더 보고 싶어요. 우승해서 좋아라 하는 거 한 번 만이라도 더 보고 싶어요. 진짜 오늘 농구 뉴스 보는데 너무나 너무나 오빠 생각나고 울컥해서 이런데서 혼자 러브레터 써요. 으어어엉...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올라간 이미지는 팬들이 신문에 냈던 전면광고.

by 푸른달 | 2008/02/20 03:13 | SPORTS SPIRIT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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